유럽, AI 안전 논의서 존재감 약화
- •포괄적 AI 규칙을 마련한 유럽, 고위급 AI 안전 논의에서는 소외
- •유럽 민간 AI 투자액 지난해 210억 달러…미국은 2,859억 달러
- •AI법 위반 과징금은 연매출 최대 3%, 고위험 규정 시행은 2027년 12월 예정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칙을 마련했지만, AI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에서는 대체로 빠져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보다 선도 모델과 데이터센터, 대형 기술기업이 적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은 AI의 빠른 발전으로 유럽이 주변화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으며, 시급한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보고서도 공동 작성했습니다.
EU는 무거운 과징금을 바탕으로 ‘안전한 AI’ 분야의 세계적 주도권을 추구해 왔지만, 최근 미국 경영진들이 주요 모델을 자체적으로 감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지난달 유럽의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습니다. AI 도입이 느리면 성장을 포기할 수 있고, 빠르면 의존성이 생겨 유럽이 가치에 맞게 경제를 운영할 능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파리에 본사를 둔 Mistral AI는 지난주 미국 경쟁사와 맞먹는다고 주장하는 모델을 공개했지만, 대형 모델과 경쟁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AI법은 데이터 품질, 사람의 감독, 사이버 보안 요건을 정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AI 도구를 변경해야 하거나 연간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 수 있습니다. 다만 EU 일부 회원국은 아직 준수 여부를 감독할 기관을 세우지 않아 집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디지털시장법과 일반개인정보보호법을 포함한 기술 규제도 제품 출시를 늦췄습니다. Meta AI는 미국 출시가 시작된 지 약 18개월 뒤인 2025년 3월 유럽에 진출했으며, Meta는 당시 규제 체계를 헤쳐 나가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유럽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15만 7,000개 기업 가운데 대략 절반은 법적 결과의 불확실성이나 데이터 보호 우려를 AI 도입을 미루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Pigment 공동 창업자 엘레오노르 크레스포(Eléonore Crespo)는 규제가 유럽 기업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AI 옴니버스 패키지는 AI법의 일부 요건을 완화하고 고위험 AI 시스템의 시행 규칙 마련 기한을 2027년 12월로 연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규칙이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법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합니다. Cognizant AI 연구소의 아미르 바니파테미(Amir Banifatemi)는 고위험 규정이 약점이며 아직 적용되기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여러 제공업체의 도구를 결합하는 AI 에이전트(도구를 사용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가 등장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투자와 기반 시설도 제약 요인입니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의 민간 AI 투자액은 지난해 약 210억 달러로, 미국의 2,859억 달러와 비교됩니다. 연구소의 AI 지수 보고서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수가 어느 다른 나라보다 10배 많고, 2025년에 주목할 만한 AI 모델 59개를 개발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중국은 35개,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개를 개발했습니다. 크레스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유럽의 AI 프로젝트와 기술 인력, 산업 전문성, 제조·에너지·모빌리티·의료 분야 데이터를 AI 적용의 잠재적 강점으로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