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유물 253만 점 디지털화 추진
-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약 253만 점 디지털 전환하는 K-Science 사업 선정
- •2027년부터 데이터 사업 추진…AI로 수장고 온습도·조명 자동 제어 계획
- •최성애 관장, 역사 맥락·출처를 담은 유물 데이터베이스 정비 필요성 강조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 약 253만 점을 디지털 헤리티지로 전환하고, K컬처의 산업적 활용 가치를 높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주관 ‘우리의 과학(K-Science)’ 프로젝트에 선정됐습니다. 박물관은 2027년부터 데이터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사업은 한국의 역사·문화·환경 자산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만드는 범부처 연구개발 사업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디지털박물관과는 실물 유물을 기반으로 기술을 통해 보존과 활용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합니다. 2019년 디지털 전략과 콘텐츠를 맡는 팀이 구성됐고, 2020년 12월 박물관정보화과가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5년 남짓 동안 AI 안내 로봇, 스마트 키오스크, 다국어·수어 서비스와 대형 영상·음향으로 유물을 재현하는 실감 콘텐츠를 추진했습니다.
박물관은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선 말 외교 고문 오웬 데니가 보관했던 13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 태극기를 서울 도심 백화점 앞 대형 미디어 전광판에 선보였습니다. 약 1m 크기의 실물 태극기를 2m 규격, 108억 픽셀의 초고해상도 데이터로 새로 구축하고 정밀 스캔해 앞면과 뒷면의 세밀한 결까지 담았습니다. 기존 사진을 확대하면 대형 화면에서 픽셀이 깨져 활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K-Science 사업은 문화자원의 탐사부터 보존·관리, 데이터 전환, 콘텐츠 활용까지 잇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박물관은 고분 정밀 조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AI로 수장고의 온습도와 조명을 자동 제어하는 데 개발 성과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최성애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유물 데이터에는 사실과 여러 역사 해석이 함께 담겨 있어 AI가 답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백제와 신라의 기록이 엇갈리는 사건처럼 관점이 다른 사안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때 맥락이 흐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같은 병도 물이나 술을 담는 용도, 제작자가 만든 이유, 사용된 시대와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최 관장은 대형 언어 모델(LLM)이 이런 맥락을 충분히 다루지 못해 쉬운 설명을 요구받으면 지나치게 일반화하거나 단순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초기 학습 단계에 잘못 반영된 역사 정보는 이후 수정을 요청해도 바로잡히기 어렵다는 것이 최 관장의 설명입니다. 박물관은 이용자가 AI 답변의 근거가 자관 자료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출처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와 함께 유물의 특성과 이용 목적에 맞춰 데이터베이스 구조도 정비합니다. 등록·관리 중심이던 기존 구조에서 나아가 유물의 여러 의미와 관계를 반영하고, 이미지·3D 데이터·영상·관련 문헌을 연결하며 용량과 파일 형식 등 활용 메타데이터를 보완합니다. 같은 유물의 여러 명칭도 서로 연결해 검색하기 쉽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 관장은 문화유산은 공산품처럼 규격을 맞출 수 없으므로 축적된 자료를 유물의 특성에 맞게 구조화하고 서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예사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연구자, 교육자도 목적에 맞는 자료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경주·공주·제주박물관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한 최 관장은 지난 9월 말 국립제주박물관장으로 부임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업무에서는 현재 시도가 어느 단계인지, 뒤이어 등장할 기술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했습니다. 유물과 박물관을 이해한 경험은 기술 활용 아이디어를 내고 새 기술이 박물관의 목적에 맞는지 살피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최 관장은 불교조각 데이터 구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다시 읽고 “지식은 가르칠 수 있으나 지혜는 가르칠 수 없다”는 구절을 오래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AI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라는 견해입니다. 그는 박물관의 학예·디지털 업무가 관람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