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TSMC와 손잡고 차세대 AI 메모리 생태계 주도
- •SK하이닉스, TSMC 심포지엄서 '메모리-로직 통합' 통한 AI 메모리 혁신 비전 제시
- •HBM4부터 TSMC 선단 로직 공정 결합한 커스텀 HBM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 강화
- •대역폭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단순 공급자를 넘어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
지난 22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2026’ 현장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AI 시대의 기술적 과제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기술 역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메모리 병목 현상(Memory Wall)’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메모리와 로직의 통합’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기존의 AI 시스템은 데이터를 연산하는 로직 칩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칩이 별도로 존재하며, 이 둘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즉, 프로세서의 연산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으나,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시스템 전체 성능이 제한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리 아키텍처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아키텍처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커스텀(Custom) HB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강조된 핵심 파트너십은 SK하이닉스와 TSMC 간의 기술적 결합이다. 차세대 메모리인 HBM4부터는 베이스다이(Base Die)에 TSMC의 선단 로직 공정을 직접 도입한다. 이는 단순히 메모리 칩을 쌓는 기술에서 나아가, 메모리 내부에 로직 기능을 통합해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3D 적층 기술인 SoIC 등을 활용하여 로직 반도체 위에 DRAM을 수직으로 직접 결합하는 방식은 데이터 이동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서 선보인 ‘보이지 않는 기술(Invisible Technology)’ 콘셉트는 이러한 전략의 실체를 증명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제품을 분해하여 보여줌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품 내부에서 얼마나 정밀하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지를 시각화했다. 또한 16단으로 적층한 HBM4 제품과 최신 서버용 D램 라인업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서 요구되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설루션을 선보이며 기술적 우위를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심포지엄은 SK하이닉스가 ‘공급자’에서 ‘크리에이터’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한 자리였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아우르는 전 설루션에 이러한 ‘통합’ 철학을 반영하여, 고객사 맞춤형 AI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TSMC와의 긴밀한 협업이 지속될 경우, HBM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AI 시대를 맞아 단순한 부품 제조를 넘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결정짓는 ‘설계의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반도체 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